돈에 관한 이야기

2015.11.14

돈?

대학 입학하기 전이였다. 어느날 아버지가 밖에 좀 같이 가자고 하신다. 대충 감이 온다. 설마. 역시나 나를 대학교 안에 있는 은행에 데리고 가신다. 물론 내 돈은 아니지만, 할머니께서 내 등록금 하라고 내 통장에 넣으신 돈을 다른 곳으로 빼놓고, 등록금하라던 그 돈은 학자금 대출로 변했다. 어찌됐든 대학은 다니다 말았고. 전역하자마자 시작한 밀감 까대기(상하차)로 이자와 함께 학자금을 갚았다.

군대에 있을때였다. 이름 뒷글자만 따서 내가 록형이라고 부르는 친한 동기 형이 있는데, 이 형이 커피를 그리 좋아한다. 그날도 자판기에 가서 보니, 다름없이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데 표정이 별로이다.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일딴 빨리 정지시키라고 말을 했는데. 다음날 물어보니 통장에서 돈이 좀 빠져나갔나 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같은 생활관 동기 한명이 휴가나갈때 훔쳐가서 써버린것이였다. 복귀후에는 모른척하고, 결국 찾고 찾아서 범인이거 밝혀지니 다른 선까지 소리들어가면 자기에게 불이익있을걸 아니 봐달라고. 나는 그냥 까발리라고 봐주지 말아야된다고. 록형은 알아서 한다고 하고는, 전역하고도 지금까지 결국 돈 못받고 있는 형이 생각이 났다. 그 새끼는 전역할때까지 짬먹었다고 유세떨다 전역하고. 후.. 접때 내려가서 만났을때 그때 일을 예기했는데, 말로는 그때 말해버릴꺼라고 말하는 록형이지만 아마 그 형은 그래도 말을 안했을것이다.

어느 날이였다. 그날도 자료 찾느라고 인터넷 검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군데 후임한테서 연락이 왔다. 반갑기도 하고 뭔일인가 해서 전화를 받았다. 들어보니 뭐가 좀 이상한게, 자기 서울에 놀러 왔는데 놀다보니 돈을 다 썻다. 집에 돌아가려는데 돈 좀 빌려달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였다. 그러냐고, 근데 지금 돈이 없다고 해서 끊었다. 물론 그 몇푼하는 차비 가지고 있었고 그냥 줘도 됐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전화를 끊고도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작년 어느 날. 회사에 사람안된 매니저를 만나 맨날 야근하고 고생만 하고 있던 개발자 인턴이 있었다. 보통 명절되면, 회사에서 떡값을 주지않는가. 얼쑤구나 좋다해서 떡값받으러가는데, 크로스되어서 나오는 애의 표정이 않좋다. 총무팀에 물어보니 인턴은 짤 없다고. 아나. 퇴근길에 부모님 갖다 드리라고 던지다싶이 걔한테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이 또 터졌다. 인턴을 야근까지 시켜가면서 부려먹고는, 그에 해당하는 수당조차 처리를 안해줬었다. 일단 관리자PD가 병신이였던건 둘째 치더라도, 내가 뒤집기 전까지는 총무팀에서 그 사실 조차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총무쪽에서는 누락된 보고서는 처리안해줘서, 그거가지고 내가 또 말할려고 하니까 총무팀에 미안하다고 그러지 말아달라고 하던 애가 있었다.

어제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보니 엄마가 엄마친구와 통화중이셨다. 언제는 또 큰아들 큰아들하다가, 오늘 아들내미가 집에 들어왔는데, 신경도 안쓰길레 장난기가 발동하여, 깐죽거렸다. 근데 들려오는 통화내용에 살작 묘한 기운이 풍겨온다. 뭐 돈관련된 예기가 오가고 있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오히려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그럴 수도 있지

통화를 마친 엄마에게 물어보니, 친구분 아들넘이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녀서 그거 물어준다고 하면서 우리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것이였다. 사실 액수는 그리 크지 않은 액수였는데, 액수와는 별개로 그렇게 통화하는 어머니께서 멋있게 보였다.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자연스럽게 내게 계좌번호를 불러주셨고, 나는 이체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어쨋든 결국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그럴 수도 있지.

돈이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