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 마지막 날.

2014.12.31

안녕, 내게 있어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하고 찬란했던 20대여.

그져 그런 사람은 되기 싫었다.

다들 서른되어도 똑같다고 말해도, 내게 있어서는 진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몇년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준비했던가. 서른을 기점으로, 그동안 쏟아부은 돈, 열정, 시간에 대해 나름 평가해보고 싶었다.

  • 그 값싼 제주대를 도중에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그때의 상황.
  • 안되는 영어 좀 해볼려고, 초소에 들고다니며 외웠던 단어장.
  • 등록금 빚을 값기 위해, 전역하자마자 시작한 감귤상자 까대기.
  • 다시 늦게 시작한 만큼, 쌓여버린 각종 책들과 지세운 밤들.
  • 개발자가 내 길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 봤던 첫번째 회사.
  • 어설프게 편입을 준비하다, 축낸 시간과 돈.
  • 진지하고 치열하게 개발했던, 많은 상처를 받았던 데빌메이커.
  • 삶에 치여서인지, 너무 나도 늦게 찾아온 애잔한 감정.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는 굵직한것들만 나열해봤는데, 이 외에도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온, 오프라인 상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르는 추억들이다. 아… 진짜 20대 기억이 더듬어 보니 울컥하네. 눈물도 많이 흘리고, 화도 많이 내고, 밤도 많이 지세우면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던것 같다.

특히, 올해(2014년)가 재미있었던게, 연초부터, 인연들이 서로 엇돌고 맞아들어가는게 눈에 보이는데 너무 힘들고, 재미있다. - 진짜, 작년 그 헬게이트에서 빠져나온게 신의 한수인듯!

지나온걸 쭉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걸 다시금 느낀다. 현재 내가 여기에 있고, 앞으로 재미있는게 엄청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기에…

여기까지 왔다. 자 다시 가보자. 뒤는 충분히 돌아봤다. 챙겨가고 싶은건 많지만, 놔버리자.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 비록 엉성하지만 다시 출발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긴커녕, 평범하지도 못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안녕, 내게 있어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하고 찬란했던 20대여.

ps. 이 글을 찾을 수 있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부족한 저를 좋게 봐주시고, 조언해주시며, 인정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